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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수권 시인 / 山門에 기대어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9.

송수권 시인 / 山門에 기대어

 

 

누이야

가을山 그리매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江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苦惱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盞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뛰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山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월간 『문학사상』 1975년 2월호 등단시

 

 


 

송수권[宋秀權, 1940.3.15 ~ 2016.4.4]시인

1940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 호는 평전(平田).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7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山門에 기대어」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제1시집 『산문(山門)에 기대어』(1980. 문학사상), 제2시집 『꿈꾸는 섬』(1982. 문학과지성사), 제3시집 『아도(亞陶)』(1985. 창작과비평사), 제4시집 『새야 새야 파랑새야(동학서사집)』(1986. 나남), 제5시집 『우리들의 땅』(1988. 문학사상), 제6시집 『자다가도 그대 생각하면 웃는다』(1991. 전원), 제7시집 『별밤지기』(1992. 시와시학사), 제8시집 『바람에 지는 아픈 꽃잎처럼』 (1994. 문학사상), 제9시집『수저통에 비치는 노을』(1998. 시와시학사),

제10시집 『파천무』(2001. 문학과경계사), 제11시집 『언 땅에 조선매화 한 그루 심고』(2005. 시학사), 제12시집 장편서사시 『달궁 아리랑』(2010. 종려나무), 제13시집 『하늘을 나는 자전거』, 제14집 『빨치산』 등이 있음.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제1회 영랑시문학상(2003), 김달진 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을 수상.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