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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 시인 / 검은 봉지의 완성
가지 끝에 매달린, 새의 울음이 빠져나온다.
계절을 지날 때마다 손이 아프도록 생선을 주물렀다. 코를 들이밀고 벌레의 냄새를 맡았다.
사이다가 무럭무럭 익어가는 밤 쏴 하게 심장이 터졌다. 폭탄처럼
가벼웠다고 할까 무거웠다고 할까 이리에게 먹이를 빼앗긴 하이에나는 허파가 뒤집어졌을까.
너는 먹고 가고 나는 굶고 가고 고요의 핏물 속에서 우리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천 갈래 어둠이 달빛 한 구멍에 묶일 때 자꾸 비린내가 치밀어 썩어가는 것과 물오른 것을 사이좋게 봉합하면서 봄을 부풀렸었지.
개나리 같은 오렌지가 먹고 싶어. 빵이 먹고 싶어. 배는 꺼져 가는데 겨울이 온다.
바람 끝에 매달려 천 편의 시를 쓰려고 만 개의 춤을 추려고
북북, 찢어진 유방 위로 하얗게 눈이 내린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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