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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원 시인 / 검은 봉지의 완성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9.

조원 시인 / 검은 봉지의 완성

 

 

가지 끝에 매달린,

새의 울음이 빠져나온다.

 

계절을 지날 때마다

손이 아프도록 생선을 주물렀다.

코를 들이밀고

벌레의 냄새를 맡았다.

 

사이다가 무럭무럭 익어가는 밤

쏴 하게 심장이 터졌다. 폭탄처럼

 

가벼웠다고 할까

무거웠다고 할까

이리에게 먹이를 빼앗긴 하이에나는

허파가 뒤집어졌을까.

 

너는 먹고 가고 나는 굶고 가고

고요의 핏물 속에서

우리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천 갈래 어둠이 달빛 한 구멍에 묶일 때

자꾸 비린내가 치밀어

썩어가는 것과

물오른 것을

사이좋게 봉합하면서

봄을 부풀렸었지.

 

개나리 같은

오렌지가 먹고 싶어. 빵이 먹고 싶어.

배는 꺼져 가는데

겨울이 온다.

 

바람 끝에 매달려

천 편의 시를 쓰려고

만 개의 춤을 추려고

 

북북, 찢어진 유방 위로

하얗게

눈이 내린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조원 시인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슬픈 레미콘』(푸른사상, 2016)이 있음. 현재 <잡어>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