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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남 시인 / 전언, AC-Eight 180609
친절한 감정을 껴입은 이름을 생각해 본적 있나. 자네도 알다시피 묻겠습니다, 를 항명으로 해석하는 상상은 불온했다네. 근본은 감정적이고 신경질적이었지. 답이 없어도 정답을 요구하는 집단이 쓸모 있을까. 하지만 어떤 화술로도 뜨거워지는 자네가 부러웠다네. 한편으론 그것이 한가롭고 따분하다는 생각에 우습기도 했다네. 그때 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집단은 실존을 거부한다는 구절에 밑줄을 긋는 중이었네. 더 이상의 질문은 권태로웠단 말일세. 허공에 문장을 새기다가 낭만주의 문체로 건너뛰었네. 다리를 뻗어보게. 아틀란티스는 어떤 것을 숨기기에 쾌적한 곳이라네. 먹구름이 비를 몰고 다닌다는 예보가 화려한 율령에 가까울 수 있겠군. 친절을 파는 자네를 다정한 사람이라 믿는 집단이 많겠네만, 곤란한 말이 산란하는 뒷면도 있다네. 불편한 진실을 진실로 규정하는 희극 말이네. 말의 껍질을 벗기니 부드럽고 슬픈 질감이 생겨나는군. 내게도 과한 친절을 보이고 싶은 사람 몇 있었네만 이제는 아니라네. 말 많은 곳을 선호하는 착한 가면을 가진 사람이 난무하는 세상이야. 자네는 낮과 밤의 경계를 무사히 건넜나. 이것을 우주의 질서라 말하고 싶은가. 철지난 여름을 당겨 여름의 나라를 가는 것이라 우겨보기라도 할 텐가. 참으로 부질없는 말이군. 불현듯 여쭙겠습니다, 겸손한 쉼을 쉬었다네. 모른 척하기엔 꽤나 시끄러웠지. 뒤뜰에 바람이 먼저 당도했더군. 태양의 비문에 생략된 문장이 숨었단 걸 감지했나. 그렇다면 태양이 휘갈겨 쓴 얼굴이 관념이었다는 걸 모른 척했다는 말이겠군. 소란스런 제스처로 꽃이 피었다네. 함부로 그린 동그라미가 주검으로 쌓이는 뒤뜰에 꽈리꽃이 우거지고 있더군.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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