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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산 시인 / 블랙 미러
다음 말들은 시가 아니다 광대가 사라진 이후 애초에 시는 없다
검은 거울을 보지만 아무도 불투명한 자신을 보려 애쓰지 않는다 어두운 화면을 깨면 타인들이 보인다 뚜렷하고 확실하다 거기에는 능선의 위태로운 경계도 없고 구역을 합쳐 흐르는 강물의 애매함도 없다 희미할 수 없는 벽만 단단하게 서 있다 그 벽에 들어가기 위해 모두 벽돌을 든다 벽을 만들거나 누군가를 내리치기 위해서다 그러다 스스로 벽돌이 된다 벽돌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장벽은 튼튼해 진다 그 안에서 우리들은 레토르트 포장지에 숨어 자신을 정화한다 무균 상태의 무익한 식품이 되고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상품으로 팔릴 수 있다 그렇게 다시 돼지가 되는 것을 피하거나 아니면 숨어사는 괴물이 된다
이것은 거울이 아니다 그렇다고 진실도 아니다 그냥 벽돌이다
월간 『시인동네』 2018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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