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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혜천 시인 / 슬랙라이너(slackliner)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3.

김혜천 시인 / 슬랙라이너(slackliner)

 

 

  안드로메다까지 밧줄을 건다

 

  땅 위에서 몸을 띄워 줄 위에 선다

 

  발아래는 눈 덮인 천 길 크레바스

 

  그대로가 하나의 거대한 棺

 

  쉼표의 낙화와 마침표의 장애물

 

  현기증으로 흔들리는 날카로운 모서리에 선다

 

  보이는 건 이름 없는 투명한 눈

 

  아득한 無, 有의 바다

 

  백색은 네가 아니다

 

  색체는 밖에 있고 너는 내 내부에 있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너의 눈동자

 

  빛의 명암을 제어해야 만날 수 있는 너

 

  광활한 영토에 영롱한 색을 품어가는 길이다

 

  상상의 줄에서 한 순간도 내려올 수 없는

 

  고도에서 흘러내리는 별빛을 받아 적어야 하는

 

계간 『시산맥』 2017년 가을호 발표

 

 


 

김혜천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15년 월간 《시문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윤동주서시문학상 제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