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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기복 시인 / 늦가을 행주강에서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9.

정기복 시인 / 늦가을 행주강에서

 

 

  물결 뒤척일 때마다

  돌아눕는 비늘

  그 비린 물내음으로 살라하네

 

  버들가지에

  드리운 수줍은 웃음

  아득히 추억으로 살아가라하네

 

  국수집 푸짐한 잔치국수로나마

  그리움의 허기 달래라 하고

 

  나누어 마신 한 잔 커피의 온기로

  긴 세월 잊지 마라하고

 

  강둑에 핀 들국화

  향기 한 조각 누구에게든 주지 마라하네

 

  맞잡았던 두 손에

  찰랑이는 낮은 물소리

  두고두고 혼자 회상하라하네

 

  뒤척일 때마다 빛나는 물결

  짧은 시간 내 가슴으로 흘렀으나

  이제 긴 세월 타인의 강으로 바라보라하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정기복 시인

199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떤 청혼』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