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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순현 시인 / 말이 끊어지고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30.

이순현 시인 / 말이 끊어지고

 

 

  새 소리

  찰찰… 차르르… 째째… 째르째르

 

  솔 씨보다 기름지고 자잘한 소리

  해가 골짜기를 빠져나갈 때면 어김없이

  … 짬짬… 치치… 짜르르… 찌르째르

 

  솔잎이 바람을 빗겨 내리고

  제 얼굴을 보려

  노루귀가 고개를 꺾었다 폈다하는

 

  그늘의 등고선에 걸리지 않고

  횡단하는 새들

 

  알처럼 동그란 무덤 속

 

  목성의 달보다 멀고

  푸르른 권역

 

  칩칩… 치르르… 짹짹… 째르째르…

 

  소리와 소리 사이

  어둠이 차오를 즈음

 

  동그란 해골이 숨을 고른다

 

  노른자 뇌수를 파고

  날개가 싹을 틔우는 소리

  … 찹찹… 치르르… 치치… 책책

 

  흙 속의 별들이

  껍질을 벗는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이순현 시인

경북 포항에서 출생.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수료. 1996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내 몸이 유적이다』(문학동네, 2002)가와『있다는 토끼 흰 토끼』(문예중앙, 2018)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