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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동수 시인 / 소양강가에서
붉은 저녁에 달려가 뿌연 여명에 돌아왔다 축축한 강가에 닿으면 붉은 눈동자는 한없이 따듯했다
때때로 소양강의 번들거리는 불빛이 침대가 되었고 그 때마다 호수에 누워 열기를 식혔다
뿌연 강은 끝까지 보이지 않아 건널 수 없을 만큼 깊고 넓어 내일로 건널 수 없었다
자욱이 안개 내리면 무거워 일어나지 못하고 강물이 흐르는 쪽으로 넘어졌다 강가는 매번 젖었다
소양강에선 강물따라 길게 미끄러져 돌아올 수 없도록 질퍽하게 넘어졌으면 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뒷덜미의 여운이 묵직했다
강물은 점점 늙어갔고 오해처럼 봄은 자주 오지 않았다 여름이 되면, 붉은 해처럼 달려오는 표정(表情)이 변하지 않고 영- 순하지 않지만 독한 몸살을 앓았다
강가를 떠날 때면 물안개 속 강물은 쑥국새처럼 울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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