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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함동수 시인 / 소양강가에서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30.

함동수 시인 / 소양강가에서

 

 

붉은 저녁에 달려가 뿌연 여명에 돌아왔다

축축한 강가에 닿으면 붉은 눈동자는 한없이 따듯했다

 

때때로

소양강의 번들거리는 불빛이 침대가 되었고

그 때마다 호수에 누워 열기를 식혔다

 

뿌연 강은 끝까지 보이지 않아

건널 수 없을 만큼 깊고 넓어 내일로 건널 수 없었다

 

자욱이 안개 내리면 무거워 일어나지 못하고

강물이 흐르는 쪽으로 넘어졌다

강가는 매번 젖었다

 

소양강에선 강물따라 길게 미끄러져 돌아올 수 없도록

질퍽하게 넘어졌으면 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뒷덜미의 여운이 묵직했다

 

강물은 점점 늙어갔고 오해처럼 봄은 자주 오지 않았다

여름이 되면, 붉은 해처럼 달려오는 표정(表情)이 변하지 않고

영- 순하지 않지만 독한 몸살을 앓았다

 

강가를 떠날 때면

물안개 속 강물은

쑥국새처럼 울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함동수 시인

2000년《문학의식》 신인상으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 『하루사는 법』, 『은이골에 숨다』, 산문집『꿈꾸는 시인』, 『사람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공저, 유완희시인『송은 유완희의 문학세계』 연구서 공저.『용인600년 기념문집』이 있음. 경기문학상, 경기예술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