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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선형 시인 / 침묵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6.

이선형 시인 / 침묵

 

 

    관목 가지 옆 지나갈 때

    고요한 하늘

    멧새 두어마리

    옆나무 가지로 옮겨 갑니다

    가슴 속 불빛을 안고

    가볍게라는 말보다

    더 가볍게

 

    저 깃털같은 것이라 하여

    고통이 없겠는가

    생각했습니다

 

시집 『나는 너를 닮고』(푸른사상, 2011)중에서

 

 


 

 

이선형 시인 / 공명(共鳴)

 

 

  한자리에 서서 몸이 그저 눈인 줄 알았던 나무도

  지나는 이의 소매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때 있다

  이내 놓치고 말지만

 

  고집부리는 마음이 소매를 당기고 있다

  어둑한 저녁이 걸어 나갈 길 뻔한데도,

 

  나무야, 우리는 잠깐 손가락을 꺼냈다가 넣는구나

  햇빛이 우리 몸에서 그림자를 끄집어내어 바닥에 삐죽 그려놓았다가

  이윽고 거두어 넣는 저녁

 

  하지만 몸 안에는 공명의 그림자 늘 있어,

 

  신발 뒤축은 비스듬히 낡아가고

  나무 창틀은 기우는 볕으로 등이 마른다

  저도 모르게 짓는 사소한 표정이 보고 있는

  사물 저 너머

 

시집 『나는 너를 닮고』(푸른사상, 2011)중에서

 

 


 

이선형 시인

1958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 1994년 《현대문학》신인추천에 〈슬픔〉외에 6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밤과 고양이와 벚나무』(시와사상, 2000)와 『나는 너를 닮고』(푸른사상, 2011)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