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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강 시인 / 오디션ㆍ2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6.

박강 시인 / 오디션ㆍ2

 

 

  다섯 번째 이름이 곧 발표될 것이다

  다섯 개의 술병이 아마도 비게 될 것이다

  당신은 십 초간 숨을 멈추고 있네

  당신은 죽은 듯 조용히 살아온 다락방

  꿈으로 빵빵해진 과자 봉지

  벌레들이 흩어진 당신 노래를 주워 먹곤 했지

  부스러기는 손으로 하나씩 찍어 모아야 맛있나봐

  누군가 당신의 음들을 귀에 모아

  꾹 눌러주길 바랄게

  펑 하고 당신을 터트려주길 바랄게

  나는 과자를 아삭아삭 씹으며

  아쉽게 붙은 네 번째 합격자를 씹어대고

  아쉽게 떨어진 내 아르바이트 면접을 곱씹어대고

  다섯 번째 이름은 어쩌면 별 다섯 개

  제발 장군의 아들은 아니길 바랄게

  낙하산 타고 오는 파이널만은 없길 바랄게

  낙하산의 활강 속도처럼

  횡경막을 아래로 밀면서 당신의 숨 고르기는 시작된다

  천천히 노를 밀며 나아가듯

  당신 노래의 첫 소절은

  공기 중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것도 같은데

  심사위원의 손가락이

  버튼 위에 닿아 살짝 떨린 것도 같은데

  지저귀는 새들은 이내 자리를 비우고 날아가지

  다섯 번째 당선자가 이내 발표되겠지

  다 먹은 내 과자 봉지처럼

  당신도 잠시 마음을 비웠으면 좋겠어

  다섯 개의 술병을 비우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

 

월간 『현대시학』 2011년 5월호 발표

 

 


 

 

박강 시인 / 우루사를 먹는 밤

 

 

생간 크기의 異國

 

오래전 습자지처럼 당신은 북해의 빙하 아래 잠기곤 했을 것이다. 저인망을 피하는 괴수 네시의 표정으로 긴 목을 한껏 접고 노래했을지 모른다. 그때부터 당신은 내 몸의 가장 큰 영토를 차지해왔던 것이다. 소련의 붉은 광장 구석에서 당신은 올레뇨크 레나 아나바르 강들 같은 동맥 따라 흘러온 내 독성의 피를 해독하고 싶어 했다. 그런 당신을 나는 小蓮이라고 불렀다.

 

小蓮은 성장 멎은 아이처럼 작은 늪에서 살았네

내 혈관의 한쪽 벽을 잡고 그녀는 돌을 쌓네

 

데스옥시콜린산 100㎎ 효과

 

Death : 치명적인 일이야. 먹다 버린 호밀빵처럼 내 간이 졸아들고 있어. 동료는 연일 과로와 폭음에 시달렸다네. 결국 우크라이나행 전출을 자원해야 했지. 소비에트의 물결치던 밀밭이 경화된 간처럼 뚝뚝 잘려나갔어. 그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울먹이네. 이봐, 당신 아직도 小蓮과 한가하게 고궁을 산책 중인가? 정신 차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혹 당신이 묻힐 이역은 벨로루시의 황야가 될 수도 있다.

 

Oxy : 유성 꼬리를 불포화지방으로 닦는 밤. 나는 그녀를 밀폐용기 그것도 건냉암소에 보관하기로 한다. 이곳의 정체 모를 기류를 못 믿겠거든. 주의사항이야. 단지 이렇게 적혀 있었어. 당신의 유통기한은 이 년. 파견직입니까. 부작용은 외부포장을 참조하십시오.

 

Calling : 그녀가 내게 전화했네.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걸까요?

 

엔솔로지 『2008 젊은 시』(문학나무, 2008) 발표

 

 


 

박강 시인

1973년 인천에서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同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7년 《문학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