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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 시인 / 오디션ㆍ2
다섯 번째 이름이 곧 발표될 것이다 다섯 개의 술병이 아마도 비게 될 것이다 당신은 십 초간 숨을 멈추고 있네 당신은 죽은 듯 조용히 살아온 다락방 꿈으로 빵빵해진 과자 봉지 벌레들이 흩어진 당신 노래를 주워 먹곤 했지 부스러기는 손으로 하나씩 찍어 모아야 맛있나봐 누군가 당신의 음들을 귀에 모아 꾹 눌러주길 바랄게 펑 하고 당신을 터트려주길 바랄게 나는 과자를 아삭아삭 씹으며 아쉽게 붙은 네 번째 합격자를 씹어대고 아쉽게 떨어진 내 아르바이트 면접을 곱씹어대고 다섯 번째 이름은 어쩌면 별 다섯 개 제발 장군의 아들은 아니길 바랄게 낙하산 타고 오는 파이널만은 없길 바랄게 낙하산의 활강 속도처럼 횡경막을 아래로 밀면서 당신의 숨 고르기는 시작된다 천천히 노를 밀며 나아가듯 당신 노래의 첫 소절은 공기 중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것도 같은데 심사위원의 손가락이 버튼 위에 닿아 살짝 떨린 것도 같은데 지저귀는 새들은 이내 자리를 비우고 날아가지 다섯 번째 당선자가 이내 발표되겠지 다 먹은 내 과자 봉지처럼 당신도 잠시 마음을 비웠으면 좋겠어 다섯 개의 술병을 비우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
월간 『현대시학』 2011년 5월호 발표
박강 시인 / 우루사를 먹는 밤
생간 크기의 異國
오래전 습자지처럼 당신은 북해의 빙하 아래 잠기곤 했을 것이다. 저인망을 피하는 괴수 네시의 표정으로 긴 목을 한껏 접고 노래했을지 모른다. 그때부터 당신은 내 몸의 가장 큰 영토를 차지해왔던 것이다. 소련의 붉은 광장 구석에서 당신은 올레뇨크 레나 아나바르 강들 같은 동맥 따라 흘러온 내 독성의 피를 해독하고 싶어 했다. 그런 당신을 나는 小蓮이라고 불렀다.
小蓮은 성장 멎은 아이처럼 작은 늪에서 살았네 내 혈관의 한쪽 벽을 잡고 그녀는 돌을 쌓네
데스옥시콜린산 100㎎ 효과
Death : 치명적인 일이야. 먹다 버린 호밀빵처럼 내 간이 졸아들고 있어. 동료는 연일 과로와 폭음에 시달렸다네. 결국 우크라이나행 전출을 자원해야 했지. 소비에트의 물결치던 밀밭이 경화된 간처럼 뚝뚝 잘려나갔어. 그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울먹이네. 이봐, 당신 아직도 小蓮과 한가하게 고궁을 산책 중인가? 정신 차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혹 당신이 묻힐 이역은 벨로루시의 황야가 될 수도 있다.
Oxy : 유성 꼬리를 불포화지방으로 닦는 밤. 나는 그녀를 밀폐용기 그것도 건냉암소에 보관하기로 한다. 이곳의 정체 모를 기류를 못 믿겠거든. 주의사항이야. 단지 이렇게 적혀 있었어. 당신의 유통기한은 이 년. 파견직입니까. 부작용은 외부포장을 참조하십시오.
Calling : 그녀가 내게 전화했네.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걸까요?
엔솔로지 『2008 젊은 시』(문학나무, 2008)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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