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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라 시인 / 카페에서 책읽기
카페「블루」에서 흘러내리는 바코드 길게, 장맛비가 내린다 출렁이는 수평선에 빨대를 꽂고 책을 읽는 밤
어디선가 삐걱이는 문, 바람에 쓸리는 파도 그런 것들로 내가 지쳐 잠든 사이 ㅡ나는 혹시 물고기가 꾸는 꿈이 아닌지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카피되는 카페 우울한 음악이 흐르는 저 바다 멀리 바디바바디바(-D-/-D-)혈액형 의 산모가 꿈을 꾸고 있다 꿈은 꿈에 잇닿아 있고 어쩌면 음악파일 ‘Ocean Blue'는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누군가는 저 음악을 듣겠지 바다에 나가 흘러오고 흘러가는 밤을 오래 바라보겠지
빨대에서 흘러내리는 시큼한 맛의 바다 오렌지 빛 동이 터온다 오늘은 어제 마시다 남은 음료 같은 것일까 ㅡ낡고 얼룩진 필사본을 버리고나는 이제 ㅡ저 뜨겁고 비린내 나는 바다에서 ㅡ바코드 한 장 뽑아들고 어디로든 문 밖으로 가야 할 텐데 ㅡ가ㅡ야ㅡ할ㅡ텐ㅡ데ㅡ
* 바디바바디바(-D-/-D-)혈액형: Rh혈액형은 항원 C,D,E가 있다. 이 가운데 항원 D가 없으면 Rh음성, 있으면 Rh양성이다. 바디바바디바는 D는 있지만 일반인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C,E가 없는 혈액형이다. ** 라마 규르미의 티벳 음악 앨범 리뷰에서 이미지 차용
월간 『현대시』 2005년 4월호 발표
박유라 시인 / 공원으로 가는 저녁
그늘이 수북히 쌓인다 허공에도 껍질이 있는지 바람이 그것들을 자꾸 벗겨내는 모양이다
문득 둥근 저녁의 그늘로 휘청 들어서고 말아 돌아보면 저쪽 세상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만 같다 목소리는 공기층과 층을 떠돌고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오랜 슬픔 같은 것’ 집이 한 채 붙박혀 있다 쉼 없이 문을 두드리는 시계바늘 둥근 저녁의 나무문에 금갔다 문을 두드리는 시각과 시각 ‘똑’에서 ‘딱’으로 가는 사이에 검은 망토를 끌며 달아나는 강도들 사이에 몇 사람인가는 죽고 사이에 노래방에서는 십팔번을 바꾸려고 나는 열심히 새 노래를 익힐 것이다 익힐 것이다 오, 긴긴 날 오븐에서 익어가던 해 한 덩이 피가 배어나올 듯 선연하다 (저녁밥을 먹고 나는 공기를 맑게 씻어 엎어둔다) 무수한 층위의 깨진 유리담장 너머로 달아나는 시각들 검은 망토를 끌며 달아나는 강도들 먼 산에 무덤들 쌓이는 저녁
계간 『생각과 느낌』 2005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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