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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라 시인 / 이것은 어느 날의 코미디
이것은 나는 왜 수영을 못하는 걸까 고민하다 발견한 사실이다 이것은 내가 원피스를 좀처럼 입지 않는다는 사실과는 무관하다
수영을 못한다는 건 몸이 아니라 믿음의 문제 물오리에게 물어본 적 있지 갈퀴는 일 분에 몇 번이나 움직이니?
나는 왼발 오른발 구령을 맞추고 끊임없이 수를 세지
그러니까 수영은 몸이 아니라 수 세기의 문제 오리와 나의 차이는 59에서 60 사이의 문제 밥 먹는 손이 오른손이라는 기억에서부터 다시 출발하는 일이 중요해
나는 자주 헷갈리고 오리는 한 번도 거침없지 이것은 나는 왜 숫자를 못 셀까 생각하다 발견한 사실 오리는 한 번도 수를 세지 않고 나는 날마다 숫자만 세지
계간 『시작』 2011년 겨울호 발표
최라라 시인 / 바퀴의 회전론
어제 저녁 고속도로에서 20중 추돌이 일어났다 한 운전수의 졸음이 원인이라 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바퀴만 아는 사실
제 관성을 어쩌지 못하고 공회전 하는 바퀴 그 공허한 회전의 순간, 허공이 바닥이 되는 순간, 바퀴는 회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바퀴에게 금기는 단 하나 회전하는 순간엔 회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것 가을이 굴러가면 겨울이 오는 것이나 한 사랑이 돌아가면 다음 사랑이 오는 것도 회전의 규칙 속에서 자연스러울 뿐
도로를 이탈한 바퀴의 대부분은 그 금기를 믿지 않았다고 한다
회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바퀴들이 굴러가고 있다 아무 생각 없는 바퀴들은 잘도 굴러가고 있다
계간 『시와 미학』 2012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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