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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안진 시인 / 다보탑을 줍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4.

유안진 시인 / 다보탑을 줍다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多寶塔)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釋尊)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빠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 없는 구리동전

  그렇게 살았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시집 『다보탑을 줍다』(창작과비평, 2004) 중에서

 

 


 

 

유안진 시인 / 계란을 생각하며

 

 

밤중에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다

 

남이 나를 헤아리면 비판이 되지만

내가 나를 헤아리면 성찰이 되지

 

남이 터뜨려 주면 프라이감이 되지만

나 스스로 터뜨리면 병아리가 되지

 

환골탈태(換骨奪胎)란 그런 거 겠지.

 

시집 『둥근 세모꼴』(서정시학, 2011) 중에서

 

 


 

유안진 시인

1941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 서울대 사대 및 동 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음. 1965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 1970년 첫시집 『달하』를 간행한 이후 『물로 바람으로』(1975) 『월령가 쑥대머리』(1990), 『봄비 한 주머니』(2000) 등 10여 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간했고, 수필집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1988) 『축복을 웃도는 것』(1994) 등과 장편소설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1990) 『땡삐』(1994) 등의 작품이 있음.

그밖에 『한국의 전통 육아방식』(1987) 등 다수의 전공저서와 논문을 상재. 한국펜문학상(1996), 정지용문학상(1998), 월탄문학상(2000) 등을 수상.  현재 서울대 아동학 교수로 재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