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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성부 시인 / 백제행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6.

이성부 시인 / 백제행

 

 

  잡혀 버린 몸

  헛간에 눕혀져

  일어설 줄 잊었네.

  고요히 혀 깨물어도

  피흘리는 손톱으로 흙을 쥐어뜯어도

  벌판의 자궁에서 태어난 목숨

  그 어머니인 두 팔이 감싸주네.

 

  이 목마른 대지의 입술 하나,

  이 찬물 한 모금,

  죽은 듯 다시 엎디어 흙에 볼을 비벼 보네.

  해는 기울어

  쫓기는 남편은 어찌 됐을까?

 

  별들이 내려와 그 눈을 맑게 하고

  바람 한 점

  그 손길로 옷깃을 여며 주네.

 

  어둠 속에서도

  눈밝혀 걸어오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귀에 익은 두런거림.

  먼 데서 가까이서

  더 큰 해일을 거느리고 사랑을 거느리고

  아아 기다리던 사람들의

  돌아오는 소리 들려오네.

 

시집 『백제행』(창작과비평사, 1977) 중에서

 

 

 


 

 

 이성부 시인

1942년에 광주에서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59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바람〉이 당선되어 등단. 1962년 ≪현대문학≫에 김현승 시인의 추천완료. 196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우리들의 양식〉이 당선. 저서로는 시집으로 『이성부 시집』, 『우리들의 양식』, 『백제행』, 『전야』, 『빈 산 뒤에 두고』, 『야간산행』 , 『지리산』,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도둑 산길』와 시선집 『산에 내 몸을 비벼』,  『깨끗한 나라』, 『너를 보내고』, 『남겨진 것은 희망이다』 산문집 『산길』 등이 있음.

경희문학상ㆍ현대문학상ㆍ한국문학 작가상ㆍ대산문학상ㆍ영랑시문학상ㆍ편운문학상ㆍ가천환경문학상ㆍ공초문학상ㆍ영랑시문학상 등 수상. 1969년 한국일보 기자 입사, 28년간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