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부 시인 / 백제행
잡혀 버린 몸 헛간에 눕혀져 일어설 줄 잊었네. 고요히 혀 깨물어도 피흘리는 손톱으로 흙을 쥐어뜯어도 벌판의 자궁에서 태어난 목숨 그 어머니인 두 팔이 감싸주네.
이 목마른 대지의 입술 하나, 이 찬물 한 모금, 죽은 듯 다시 엎디어 흙에 볼을 비벼 보네. 해는 기울어 쫓기는 남편은 어찌 됐을까?
별들이 내려와 그 눈을 맑게 하고 바람 한 점 그 손길로 옷깃을 여며 주네.
어둠 속에서도 눈밝혀 걸어오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귀에 익은 두런거림. 먼 데서 가까이서 더 큰 해일을 거느리고 사랑을 거느리고 아아 기다리던 사람들의 돌아오는 소리 들려오네.
시집 『백제행』(창작과비평사, 1977) 중에서
|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권수찬 시인 / 단단함을 빠져나가다 외 4편 (0) | 2019.09.27 |
|---|---|
| 김병호 시인 / 리트머스 루메 (0) | 2019.09.27 |
| 박서영 시인 / 카프카의 잠 (0) | 2019.09.26 |
| 박강 시인 / 오디션ㆍ2 외 1편 (0) | 2019.09.26 |
| 이선형 시인 / 침묵 외 1편 (0) | 2019.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