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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서지월 시인 / 골무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19.

서지월 시인 / 골무

 

 

어머니께서 손바느질 하실 때

엄지손가락에 끼워서 쓰시던 골무

그 골무를 찾고 있네

봉창문 밖에는 소쩍새가 울어

부엌아궁이의 북덕불도 죄다 사그라진 밤

바늘광주리 안에 담긴

골무와 실패 그리고 헝겊조각들

그것들이 나의 구멍난 양말을 기우고

돋보기안경 너머로는 붉게 익은 호롱불,

등잔 밑은 벼랑처럼 깜깜하여서……

 

지금도 그 골무를 찾고 있네.

네갈림길의 어느 모퉁이에서 묵객처럼

다시 만나뵈올지 몰라도

어머니께서 늘 쓰시던 골무

장독간 마당 채마밭 돌담밑

그 어디로 행방을 감추어버렸는지

혼자서 가는 먼 길

지금 나는 그 골무를 찾고 있네

소쩍새 울음소리도 뚝, 끊어진 밤!

 

 


 

서지월 시인

1955년 대구 달성에서 출생. 1985년 《심상》,《한국문학》신인작품상에 시가 당선 되어 등단.  시집으로 『江물과 빨랫줄』, 『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 『백도라지꽃의 노래』,『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등이 있음.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현재 대구시인학교, 한중문예창작대학 지도시인. 1993년 제3회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2002년 중국 장백산문학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