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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구상 시인 / 홀로와 더불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0.

구상 시인 / 홀로와 더불어

 

 

나는 홀로다.

너와는 넘지 못할 담벽이 있고

너와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고

너와는 헤아릴 바 없는 거리가 있다.

 

나는 더불어다.

나의 옷에 너희의 일손이 담겨 있고

나의 먹이에 너희의 땀이 배어 있고

나의 거처에 너희의 정성이 스며 있다.

 

이렇듯 나는 홀로서

또한 더불어서 산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에

그 평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구상 시인 / 백련(白蓮)

 

 

내 가슴 무너진 터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솟아난 백련 한 떨기

 

사막인 듯 메마른 나의 마음에다

어쩌자고 꽃망울 맺어 놓고야

 

이제 더 피울래야

피울 길 없는 백련 한 송이

 

왼 밤 내 꼬박 새어 지켜도

너를 가리울 담장은 없고

 

선머슴들이 너를 꺾어 간다손

나는 냉가슴 앓는 벙어리 될 뿐

 

오가는 길손들이 너를 탐내

송두리째 떠간다 한 들

 

막을래야 막을 길 없는

내 마음의 망울진 백련 한 송이

 

차라리 솟지야 않았던 들

세상없는 꽃에도 무심한 것을

 

너를 가깝게 멀리 바랠 때 마다

퉁퉁 부어오르는 영혼의 눈시울

 

 


 

구상(具常 1919년-2004년) 시인. 언론인

본명 구상준(具常浚). 호(號)는 운성(暈城). 1919년 9월 16일 일제 강점기 일제 강점기 경성부 출생. 1941년 일본대학 종교과를 졸업했다. 1946년 원산문학가동맹에서 펴낸 동인시집 〈응향 凝香〉에 〈길〉·〈여명도 黎明圖〉·〈밤〉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여기에 실린 작품들이 강홍운·서창훈 등의 시와 함께 회의적·공상적·퇴폐적이라는 이유로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으로부터 '반동작가'로 몰리자 이듬해 월남했다. 〈백민〉에〈발길에 채인 돌멩이와 어리석은 사나이〉(1947)·〈유언〉(1948)·〈사랑을 지키리〉(1949) 등을 발표했으며, 〈영남일보〉·〈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지냈다. 1951년 첫 시집 〈구상시집〉을 펴냈고, 1956년 6·25전쟁을 제재로 한 시집 〈초토의 시〉를 펴내 1957년 서울특별시문화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