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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시인 / 홀로와 더불어
나는 홀로다. 너와는 넘지 못할 담벽이 있고 너와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고 너와는 헤아릴 바 없는 거리가 있다.
나는 더불어다. 나의 옷에 너희의 일손이 담겨 있고 나의 먹이에 너희의 땀이 배어 있고 나의 거처에 너희의 정성이 스며 있다.
이렇듯 나는 홀로서 또한 더불어서 산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에 그 평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구상 시인 / 백련(白蓮)
내 가슴 무너진 터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솟아난 백련 한 떨기
사막인 듯 메마른 나의 마음에다 어쩌자고 꽃망울 맺어 놓고야
이제 더 피울래야 피울 길 없는 백련 한 송이
왼 밤 내 꼬박 새어 지켜도 너를 가리울 담장은 없고
선머슴들이 너를 꺾어 간다손 나는 냉가슴 앓는 벙어리 될 뿐
오가는 길손들이 너를 탐내 송두리째 떠간다 한 들
막을래야 막을 길 없는 내 마음의 망울진 백련 한 송이
차라리 솟지야 않았던 들 세상없는 꽃에도 무심한 것을
너를 가깝게 멀리 바랠 때 마다 퉁퉁 부어오르는 영혼의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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