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경후 시인 / 박쥐난이 있는 방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0.

김경후 시인 / 박쥐난이 있는 방

 

 

텅 빈 녹음테이프가 돌아가고 있다

 

박쥐난이 침묵에 들러붙어 산다

 

이것밖에 없는 방에선

이것만이 생존법

 

침묵에

물 줄 시간

 

눈 감는 소리와 굳어가는 혀조차

조심할 것

 

잠자코

까맣게 시든 채 돋아나는 이파리

 

침묵과 죽음 사이

그 마지막 모퉁이에 박쥐난이 붙어 있다

 

텅 빈 녹음테이프가 돌고 있다

 

 


 

김경후 시인

1971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독문과 졸업. 명지대 문창과 박사과정 수료.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열두 겹의 자정』『오르간, 파이프, 선인장』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