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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주 시인 / 밤의 마스카라, Siesta
긴 속눈썹을 가진 낙타는 주위를 살피네 굳은살 가득한 발바닥에 쉼표를 찍기 위해서일까 커튼이 달린 길을 찾고 있는데 신기루는 잔인했고 같은 표정을 가진 길뿐이야 모래를 견디며 힘주던 다리를 내려놓자,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난 낙타와 같은 피를 가졌지 길이 자꾸 숨는다는 이유로 열쇠 구멍을 통해 누군가 들어온다는 이유로 병원 진료 순서를 기다려 창문 밖에서 늙은 사내가 오줌을 누는데 그 밑으로 민들레가 한창이었지 차트 속에서 내 이름이 개화되자,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우리가 잠들면 고양이처럼 눈치 안 보며 울어줘 촘촘하게 암흑이 부릅뜬 공간에서 깨워줘 사라지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가볍게 우릴 불러줘
진동하는 문양을 따라가는 발목으로 난 내가 아닌 것처럼 걷는다 달 사막에서 오아시스가 발견되던 날 흰옷을 입고 온 난나*를 보았지 리본에 묶인 침묵을 본 거니 (주인공 없는 영화에서) 천국이거나 혹은 지옥일 거라고 (모두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어느 나라의 국경을 두드리다가 (위치를 바꿔주면서) 어느 도시의 어둠과 한몸이 될까 (갑자기 졸음은 쏟아지고)
자막 없이 길어지는 목소리, 에 지웠다 휘어지고 경계를 넘어 눈 주위로 흐르는
낮잠 자는 풍습이 필요한 사막은 정오가 되었지
* Nanna: 빛나는 자, 고대 수메르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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