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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설태수 시인 / 진달래와 어머니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1.

설태수 시인 / 진달래와 어머니

 

 

진달래 숲길을 걷고 계신 어머니는

배고프던 옛날에 진달래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고

하신다. 진달래 한 송이를 맛보시면서

앞산 진달래를 꺾어 와 부엌 벽 틈마다 꽂아두면,

컴컴하던 부엌이 환했다고 하신다.

진달래 맛이 옛맛 그대로라고 하신다.

얼핏 어머니의 눈빛을 살펴보니

어머니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계셨다.

처녀 적 땋아 내린 긴 머리 여기저기에

진달래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빨간 풍선처럼 이 산 저 산을 마구 떠다니시는 듯했다.

(어머니, 너무 멀리 가지 마셔요.) 하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산에 피는 꽃이나 사람꽃이나 사람 홀리긴

매한가지라시며,

춘천을 오갈 때는 기차를 타라고 하신다.

일주일에 내가 이틀씩 다니는 경춘가도의

꽃길이, 마음에 걸리신 모양이다.

어머니 말씀이 제겐 詩로 들리네요

하니깐, 진달래 숲길에서 어머닌

진달래꽃 같은 웃음을 지으신다.

 

 


 

설태수 시인

경남 의령에서 출생.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열매에 기대어』, 『푸른 그늘 속으로』가 있음. 현재 세명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