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지월 시인 / 얼레빗
분명한 사실은 장독대가 놓여있던 그 자리에 석류나무 한 그루 꽃 피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장독대에는 사철 하늘의 해와 달이 번갈아가며 주위를 맴돌았으며 얼레빗 하나 장독 밑에 숨겨져 있었다 눈가에 다래끼가 생겨 마루바닥에 따끈따끈하게 문지른 얼레빛 등떼기를 눈가에 갖다대면 눈물이 핑 돌았으며 번갈아 가며 수십 번도 더 문질러 그짓 반복하고는 아무도 몰래 장독 밑에 숨겼던 얼레빗, 분명한 사실은 장독대와 석류나무와 그 얼레빗이 어디론가 가고 없다는 것이다 내 눈의 다래끼 다 나아 길을 갈 때도 따라다녔던 검정고무신 마저 닳고 닳아 행망이 묘연했다 나는 이런 기억 속에서 음력 초사흗날 저녁 뜨는 달이 보며 그 얼레빗을 떠올리는 것이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구석본 시인 / 고흐의 달 (0) | 2021.07.21 |
|---|---|
| 정이랑 시인 / 해바라기는 평강벌을 바라본다 (0) | 2021.07.21 |
| 고희림 시인 / 내 어릴적 흙은 (0) | 2021.07.21 |
| 설태수 시인 / 진달래와 어머니 (0) | 2021.07.21 |
| 정채원 시인 / 투병 (0) | 2021.07.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