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고희림 시인 / 내 어릴적 흙은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1.

고희림 시인 / 내 어릴적 흙은

 

 

속으로 잘 삐치던 내 어릴 적 흙은 배꼽마당에 부자로 살았습니다

주막집 초가를 담장이랄 것도 없이 끼고 제 배꼽을 공짜로 내주던 흙과

주막집 애 늙은 딸애가 분명합니다

실오라기 없는 흙을 엉터리 궁둥이에 깔고 뒹굴고 부벼대면

집으로 가는 길은 이미자 노래 처녀귀신 주막집이야기로 부풀려

나와 그녀는 창과 방패처럼 서로 필요한 병과 어둠을 얻었습니다  

 

남자친구도 여자친구도 아니었을 때 내 어릴 적 흙은

주막집 뜰에 매달린 오디에 놀라 늘 젖은 이불이거나 악몽으로 버석거렸습니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지구의 자전을 따라 돌아온 원죄의 배꼽에서 나는 자주 결석쟁이였고

물레방아 도는 내력과도 꼭 닮은 노래가 주막집 딸에게서 한동안 흘러나오곤 했었습니다

 

 


 

고희림 시인

1960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 봉초, 정화여중, 효성여고, 숙명여대 정외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과. 2009년, 대구문학상 수상. 1999년,『 작가세계』로 등단. 2003년, 시집 『 평화의 속도』 펴냄. 현재, 남부도서관 맟 대구교대 평생교육원 시창작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