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희림 시인 / 내 어릴적 흙은
속으로 잘 삐치던 내 어릴 적 흙은 배꼽마당에 부자로 살았습니다 주막집 초가를 담장이랄 것도 없이 끼고 제 배꼽을 공짜로 내주던 흙과 주막집 애 늙은 딸애가 분명합니다 실오라기 없는 흙을 엉터리 궁둥이에 깔고 뒹굴고 부벼대면 집으로 가는 길은 이미자 노래 처녀귀신 주막집이야기로 부풀려 나와 그녀는 창과 방패처럼 서로 필요한 병과 어둠을 얻었습니다
남자친구도 여자친구도 아니었을 때 내 어릴 적 흙은 주막집 뜰에 매달린 오디에 놀라 늘 젖은 이불이거나 악몽으로 버석거렸습니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지구의 자전을 따라 돌아온 원죄의 배꼽에서 나는 자주 결석쟁이였고 물레방아 도는 내력과도 꼭 닮은 노래가 주막집 딸에게서 한동안 흘러나오곤 했었습니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정이랑 시인 / 해바라기는 평강벌을 바라본다 (0) | 2021.07.21 |
|---|---|
| 서지월 시인 / 얼레빗 (0) | 2021.07.21 |
| 설태수 시인 / 진달래와 어머니 (0) | 2021.07.21 |
| 정채원 시인 / 투병 (0) | 2021.07.21 |
| 김경후 시인 / 박쥐난이 있는 방 (0) | 2021.07.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