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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고안나 시인 / 천리향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1.

고안나 시인 / 천리향

 

 

누구를 부르더란 말이냐

소리없는 향기여

소리칠 수 없어서

눈 막고 귀 막아도 가슴으로 읽어내는 살내음

새소리처럼 달려 오더니

고즈녁한 저녁 눈 멀었다

 

알알이 터지는 못다 부른 노래여

너는 살아 있었구나

비로소 내가 나를 완성하는 환희의 소리

봄이 무너져 내리고

소리없는 울림은 가고 또 가고 말아

담을 넘어 천리길 바람처럼 사라진다 해도

나는 거기 우두커니 서 있어도 좋으리

 

 


 

 

고안나 시인 / 빗방울

 

 

누가 던진 화살인가

공터 위 파문진다  

과녘을 벗어난 안타까움

표적을 찾는 얼룩진 상념들

 

몇 미터의 거리였던가

날카롭게 가슴 비집고

차갑게 찍히는 인장은

날 선 아픔으로 심장에 꽂힌다  

 

겹주름진 세월의 시위를 떠나

흔들리던 잎새 위로 뒹굴던 화살촉

깃털처럼 가볍웠던 기억

지금은 젖어 일어설 수 없었다

 

설치된 표적은 아무데도 없고

시위를 떠난 오래된 화살

사냥하듯 가슴을 찾아 달리지만

잃어버린 촉 하나

그대 맘 관통했는지 난 아직 모르고 있다

 

 


 

고안나 시인

1958년 경남 고성 출생. 본명 고혜은. 2010년 《부산시인》, 《시에》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양파의 눈물』이 있음. 요산문학제, 부산일보, 한국예총 문예공모 수상. 호미곶문학상 수상. 백산여성문예상 수상.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부산시인협회 회원. 대구시인학교 문화부장. <사림시>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