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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우 시인 / 곡(哭)
마지막 칸을 남겨둔 채 문장은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
터빈은 멈췄고 알전구를 갈아 끼우듯 가을은 시작됐다 농담濃淡, 빛의 입자를 거느린 목적어의 성지에는 가슴팍을 쥐어뜯으며 당신이 사람을 살고 있다 당신 앞에 날카로워 당신은 비껴간다 토막이 진다 몸을 얻어 차가워지는
사람이 태양의 자리에 달을 옮겨 놓고
손톱을 자른다
사람은
나를 만나주지 않는다
나는 우는 것 같다
강연우 시인 / 발자국
몸은 따라가지 못한다 물의 보폭은 짧아지고
잔 대신 세워둔 몸이 인칭의 순배를 돌고 반 마디 잘린 아마, 의 말들은 한 마디의 혼자를 안으려 든다 날숨을 뛰쳐나가고 싶은 몸으로부터 빛의 둘레는 선명해지고 이런 것을 윤곽이라 불러도 괜찮을지 뭉텅이진다 기울어진 몸은 이제 반대편의 안부를 궁금해 하지 않는데
스케치북에 그려 둔 당신이 사는 산촌마을에도 십이월이 닿았을지
편도로 가요, 대답하면 괜찮겄어? 편도는 어디 먼 데여? 답하던
떨리는 당신의 외꺼풀로 내가 가진 외꺼풀을 엮어도 좋았을
이른 봄 초가草價
벽에 걸어두고 싶던 풍경의 혈관
연필의 여섯 면만을 붙들어 흘려 쓴 이야기들
가방 하나에 담기는 세간에 안전화 한 족을 넣고 마지막 칸에 내려놓고 싶던 마침표는 파기한다 나보다
먼저 깬 흰 눈이 하염없이 쏟아진다 새벽으로
당신의 새벽을 덮어주려 하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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