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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만 시인 / 나나가 사랑한
기억하지 않아도 말이 되는 발과 늙은 와인 두 병이 잠들어 있다 안달루시아의 개를 따라간 낙타가 피아노 위에 쓰러져 있다 소리는 뼈에서 바람으로 진화하다 혹에서 멈춰 있다 분열로 우정을 만든 물감을 지나 무한 반사각에서 발견된 불멸의 시간에 도착해 있다 압생트가 통과된 귀와 사라진 오후가 피의자가 되었을 때 순회재판소 소장이 죽었다 모험가들이 돌아왔고 꺼졌던 벽지에 불꽃놀이가 점화됐다 보호종인 문화를 심어뒀다는 가슴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문자가 타종되는 방을 지나 나나가 끝없는 설원을 걸어갔다 다른 세상에서 온 다리들의 집회를 지나 프랑스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에서 자란 흰색과 붉은색이 넘어진 채 돌기둥이 되어 있었다 외상으로 산 작은 입술과 선 굵은 칵테일 잔 피아노를 개조한 방에서 깼을 때 막심 고리키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래된 침묵이 다음 주인공이냐고 물었지만 지나간 질문이 불간섭주의를 천명하며 돌아섰다 자유가 희망인 시대의 아침이었다
권기만 시인 / 강동약국
강동엔 고래가 산다 강동약국 15평 바다에 사는 고래 한번 잠수하면 3일간 심해로 잠수하는 불가사의한 고래 바닷속 언어로 그린 무지개가 사철 약처럼 팔려 나간다는 강동약국 눈을 감았다 뜨는 곳에 수평선을 걸어놓고 오가는 사람 그 위를 걸어서 집에 가도록 배웅하는 고래 미소 하나로 누구나 고래가 되게 하는
그가 머문 뒤로 강동에 오는 구름은 고래가 되어 먼 하늘로 헤엄쳐갔다 그의 눈을 믿고 구름이 된 고래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 순도 깊은 바다가 있다 말 속에서 뭉글뭉글 구름인 어미고래 새끼고래 자맥질하듯 뒤척이는 사소한 눈웃음으로 몸속 병마를 스러지게 하고 달래지 못한 가슴속 바다 눈빛 지느러미로 어루만져 순하게 하는 강동엔 고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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