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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란 시인 / 모빌의 감정
바람과 바람의 이름을 매달고 정직한 위치에서 흔들린다 부딪히지 않기 위해 몸을 움츠린다
몇몇은 머리를 맞대며 울고 몇몇은 끝없이 서로를 먹었으며 오늘도 속절없이 흔들린다 누군가는,
멀지 않은 속삭임이 지나간다 날개는 사라지고 손과 발의 진화는 멈춘다 매일매일 얇아지는 연습을 하며 바람의 옷을 걸친다 바람을 마시고 버리고 때리는 일로 숙련된 노동자의 약속은 지속된다
더 이상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없도록 꽉 붙들고 있는 주여, 어디가 바닥이고 어디가 하늘입니까?
최선을 다해 흔들려야 즐거운 얼굴들이 몸에 와 박힌다, 올려다본다 몸속에 숨겨 둔 빈 저녁이 쏟아진다
계절이 함부로 지나가고 자꾸 지워져도 여전히 제자리에서 늙어 간다
금란, 『얼굴들이 도착한다』, 파란, 2019, 16~17쪽
금란 시인 / 벽
늙은 여자의 등을 민다
등에 마른 별자리들이 흩어져 있다
오그라든 등
조금씩 소멸해 가는 여자의 그림자를 독해한다
등에 업혀 있는 것들은 세밀화처럼 정직하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벽
또는 타로 카드
별점 치듯 긴 세월을 더듬다
일그러진 시간 저편으로 따라간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그늘에 밟힌 손
한때 뜨거웠던 얼룩에서 꽃의 향기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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