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해림 시인 / 미혹(迷惑) ⸺유혈목이
꼬리를 잘리고도 달아나는 붉은 문장이었거나, 미혹迷惑의 슬픈 올가미였거나, 천형을 화관처럼 머리에 쓴
나는 아홉 번 죽었다가 열 번 다시 태어났다
나의 내면은 늘 에로틱한 상상으로 뜨겁지 어떤 날은 물과 불로, 또 어떤 날은 빛과 어둠으로
서로 체위를 바꿔가며 들끓는, 이상한 가역반응에 사로잡힌 발칙한 언어로 스스로 미끼가 되었지
저울 위의 고깃덩이처럼 어디가 입이고 항문인지, 금기와 배반의 이미지만 괄약근처럼 오므렸다 펼쳤다 하는
나는 한 마리 유혈목이, 금단의 땅에서 쫓겨난 이후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지의 첫 문장이다
고통과 황홀은 한 종족이었던 것 불의 혓바닥에 감겨, 불의 고문을 견딘 것들 얼굴이 반짝반짝 광이 나는 걸 보면
너의 하얀 목덜미에 아름다운 낙인을 찍어주고 싶어 숨통이 끊어지는 순간 퍼져가는, 맹독의
치명적인
계간 『시산맥』 2019년 겨울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권기만 시인 / 나나가 사랑한 외 1편 (0) | 2021.07.22 |
|---|---|
| 강영은 시인 / 병산 수묵화는 외 1편 (0) | 2021.07.22 |
| 공광규 시인 / 얼굴 반찬 외 1편 (0) | 2021.07.22 |
| 남상진 시인 / 빗방울 화석 외 1편 (0) | 2021.07.22 |
| 고광식 시인 / 믹소포비아의 시간 외 1편 (0) | 2021.07.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