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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류미야 시인 / 두통약을 먹으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3.

류미야 시인 / 두통약을 먹으며

 

 

우리 엄마 가시고 유품 정리하는데요,

다 낡은 손지갑서 알이 쏟아졌어요

분홍빛 눈물 모양의

지끈거리는 알들

 

다른 것 다 보내도 그 알들 못 버렸어요

먼 데 날아가 버린 어린 날개를 그리며

끓이고 품은 가슴을 지울 수 없었어요

 

불 꺼진

지갑에서

재봉틀소리

들려요

 

생의 바퀴를 굴려

밥내 잣던 어머니,

 

아직도

저린 이마에

걱정 맺으시나 봐요

 

- 『모던포엠』, 2020, 2월호

 

 


 

 

류미야 시인 / 잠든 배

 

 

전복된 배 한 척 사장沙場에 박혀 있다

급물살을 헤치며 늠름하던 이물과

능숙히 물목을 잡던 삿대는 부서지고

 

부끄럼도 잊은 채 허옇게 드러낸 배

어안魚眼이 벙벙한지 눈도 껌뻑 않는다

갑판엔, 저벅거리며 돌아다니는 햇살

 

바다와 하늘을 번갈아 비춰보며

푸르게 반짝이던 물비늘의 시간도

오늘은 숨을 죽이고

곤한 잠에 들었다

 

난생처음 닻을 내린 항구는 평화롭다

더 이상 눈물바람의 이별은 없으리라

 

불꺼진

물고기 잔등

 

꽃무지개 한 송이

 

- 『나래시조』, 2020, 봄호

 

 


 

류미야 시인

2015년 월간 《유심》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눈먼 말의 해변』이 있음. 공간시낭독회문학상 등 수상.  2019년 올해의시조집상, 2020년 중앙시조신인상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