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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야 시인 / 두통약을 먹으며
우리 엄마 가시고 유품 정리하는데요, 다 낡은 손지갑서 알이 쏟아졌어요 분홍빛 눈물 모양의 지끈거리는 알들
다른 것 다 보내도 그 알들 못 버렸어요 먼 데 날아가 버린 어린 날개를 그리며 끓이고 품은 가슴을 지울 수 없었어요
불 꺼진 지갑에서 재봉틀소리 들려요
생의 바퀴를 굴려 밥내 잣던 어머니,
아직도 저린 이마에 걱정 맺으시나 봐요
- 『모던포엠』, 2020, 2월호
류미야 시인 / 잠든 배
전복된 배 한 척 사장沙場에 박혀 있다 급물살을 헤치며 늠름하던 이물과 능숙히 물목을 잡던 삿대는 부서지고
부끄럼도 잊은 채 허옇게 드러낸 배 어안魚眼이 벙벙한지 눈도 껌뻑 않는다 갑판엔, 저벅거리며 돌아다니는 햇살
바다와 하늘을 번갈아 비춰보며 푸르게 반짝이던 물비늘의 시간도 오늘은 숨을 죽이고 곤한 잠에 들었다
난생처음 닻을 내린 항구는 평화롭다 더 이상 눈물바람의 이별은 없으리라
불꺼진 물고기 잔등
꽃무지개 한 송이
- 『나래시조』, 2020,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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