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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마선숙 시인 / 삼대 이야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7. 23.

마선숙 시인 / 삼대 이야기

 

 

나이가 형광등처럼 껌벅이는

아버지의 아버지와

구두 고치듯 자신을 수선하고 싶은 칠순의 아버지와

세월을 견인하고 싶은 마흔의 아들이

노래방을 간다

 

삼대의 합창은 청춘을 돌려다오

 

아흔도

칠순도

마흔도 목청 높여 노래하며 서로를 관광객처럼 구경한다

 

대중소설처럼

테이크아웃 커피에 나이를 실려 보내고 싶은

삼대는

청춘이 소매치기 당한 듯 억울하다

 

삼대는

늙지 않는 탯줄처럼 청춘을 꺼내고 싶다

 

가는 세월 잡고

오는 세월 막으며

 

 


 

 

마선숙 시인 / 끈

 

 

지하철 계단

기대기 편한 두 어깨

두 손 꼭 잡고 계단 내려 간다

 

반백의 노부부

걷고 있지만

서로를 업어주며

 

몸이 반쯤 기울어서야

균형을 이루었다

 

두 마음을 칭칭 엮어

한 몸이 된

저 높은 사랑이라는 끈

 

ㅡ《저녁, 십 분 전 여덟 시》시와 문화 2018 10 25

 

 


 

마선숙 시인.소설가

서울 출생. 2013년 《시와 문화》 시 당선. 2014년 《불교문예》 소설 당선. 저서로는 시집 『저녁, 십 분 전, 여덟 시』, 소설집  『몸이 먼저 먼 곳으로 갔다』이 있음. 제 10회 서울 문화투데이 문학 최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