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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선안영 시인 / 해변의 탄생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19.

선안영 시인 / 해변의 탄생

 

 

피 묻은 엉덩이를 때려 울음 끝 첫 숨을 달듯

 

잡혀진 깃털 하나 출발선에 세워주니

 

완주할 선명한 먹선을, 결승선을 그어야하는

 

 


 

 

선안영 시인 / 11시 11분

 

 

시계를 바라본다. 우연한 11시 11분

간절히 한 사람을 생각한다는 그 속설의.....

 

혼자서 울기 참 좋은

소나기 날 빗 같은

 

끝내는 가 닿고픈 한 사람의 결이 있어

나란히 촛불 속을 걸어 나온 영혼처럼

 

가까운 죄 같은, 재 같은

운명을 점쳐본다

 

 


 

 

선안영 시인 / 2월

 

 

맹세하며 내걸었던

짧았던 새끼손가락

 

이가 빠진 꽃 그림자

추신처럼 숨이 짧고

 

생일날 세 번을 울고

하루가 다 기운다

 

 


 

 

선안영 시인 / 젖은 구두 한 짝

 

 

영원과 가장 먼데서

한 호흡이 완벽했다

 

이지러진 당신과 꽃대가 상한 나여!

 

타이어 자국을 씻어내려 밤 빗속에 서있었으니

 

뒤축 다 닳은 반달로

서로에게 이울어

 

길 더듬는 호흡으로 주름지며 우묵해지며

 

그믐의 빛과 어둠을 함께 나눠 먹여주었으니

 

 


 

 

선안영 시인 / 산동마을

 

 

초유(初乳)의 젖 내음 사방으로 번지는 마을

가고 없는 어머니의 잔잔한 눈빛일까

참았던 노란 그리움으로

산수유 꽃이 핀다.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든 비탈진 바람받이에

난, 오감을 퍼득이며 회귀하는 물고기

물살에 흐린 눈 씻고

비릿한 비늘 벗는다.

 

옛길을 더듬어서 온전히 두 눈을 뜬 채

힘껏 차고 올라 한 고비 넘어, 넘어서

정갈한 꽃그늘에 누울 때

햇살 한 줌 내려앉는다.

 

 


 

선안영 시인

1966년 전남 보성에서 출생했다.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등단. 시집으로 『초록몽유』(고요아침, 2008)이 있다. 제7회 전국 금호시조 대상을 수상. 2008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2009년 무등시조문학상 수상. 2011년 서울문화재단 문학 창작기금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