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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지혜 시인 / 외포리 바닷가 외 9편

by 파스칼바이런 2021. 8. 20.

한지혜 시인 / 외포리 바닷가

 

 

산이 흘러 산이 가누나

바다 흘러 배가 가누나

물살 가르며

비상하는 갈매기야

삼산에 보문사 가서

향적스님 차를 마시니

향기로운 그대 아리랑

 

꿈을 실어 나르는 배야

노를 저어 어디 가느냐.

물결 따라

노을 빛 익는

외포리 선경이로다.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2000년도 인천애향의 노래, 한지혜 시, 심지영 작곡

 

 


 

 

한지혜 시인 / 마니산 축제

 

 

박달나무 소사나무

지고지순한 반만년 등불

한민족 한 핏줄로

오르는 보리 고갯길

 

가을빛

오곡백과 풍년들고

향기로운 차 한 잔 올리니

푸른 향기 흘러

굽이굽이 병풍자락

 

마니산 백두산이

아우러져 꽃 피우다

참성단 오르는 7선녀

강산이 춤을 춘다.

아라리 아라리 아라리요

아라리 아라리 아라리요

아라리 아라리 아라리요

아~~~ 아라리요

 

 


 

 

한지혜 시인 / 달이 뜨는 상천재 ․ 5

 

 

달이 뜨니

상천재의 쪽마루

묘한 한 귀퉁이

예 앉으면

극락이라

 

그대 주신

귀한 차를 달여서

온종일 마시니

따뜻한 가슴이 열려 오네

그윽한 향에 취했네

 

 


 

 

한지혜 시인 / 밥·1

序詩 - 보릿고개

 

 

넘어질까 쓰러질 듯

잘도 넘는 보릿고개

눈물 없이는 못 넘던 고개였던가

 

허기진 뱃가죽

꼭 졸라맨

그런 삶이었댄다

 

하얀 쌀밥 한번

꿈속에서라도

배불리 먹고 싶어

꿈을 꾸었네

 

몸을 뒤채고

식은땀을 흘리고 나면

달덩이 하나 껴안아

가슴엔 흥건한 눈물자욱

 

서릿바람에 심었던 갈보리

여물기도 전

심술 난 듯한 낫질로 훑어 먹곤

연명해야했던

어기찬 보릿고개

 

 


 

 

한지혜 시인 / 밥·2

- 우거지밥

 

 

배고픔 채우려

책가방 내던지고

달려갔던 야채 시장

 

시퍼런

배춧잎만 보이네

버려진 배춧잎 좀 주우려고

어린 시절 얼굴 붉혀가며

줄줄이 끊어진

시장바구니에 담아

한걸음에 넘어오던

똥고개*

 

우거지 함지박 채 퍼 넣어

가마솥 그득히 삶아

휘이휘이 저으면

쌀 톨이라곤 한두 알 외롭게 뜬

우거지 밥

맛도 잊은 채

목구멍에 넘기우던

어릴 적 아픈 추억

 

* 똥고개 : 인천의 송현동 수도국산 근처에 있는 피난민 촌

 

 


 

 

한지혜 시인 / 밥·16

- 시래기죽

 

 

가난의 한을 띄워

흰 돛단배 흐르듯

밥알 몇 알 동동

 

찰랑이는 죽물바닥

눈물 떨구니

너울대는 수초

 

핏기 잃은 하얀 달이 떠서

무너져 내린

가난의 울타리

넘나드네

 

 


 

 

한지혜 시인 / 콩깻묵밥

 

 

기름 쥐어짜듯

검게 찌들었던

삶이었댄다

 

말먹이라도

사람이 먹어야 했던

콩깻묵 같은 세상살이

 

가난을 짜내어

지은 밥

사람들이

그걸 먹었었댄다

 

 


 

 

한지혜 시인 / 차를 마시며 Ⅱ

 

 

비워진 찻잔에

차를 따르네

 

차를 마시며

마음을 비우네

 

마음을 다 비우면

또, 차를 담을 수 있네

 

항상 차에 젖으니

늘 행복에 젖어드네

 

 


 

 

한지혜 시인 / 기도

 

 

모란이 피어나던

언덕에 앉아

그윽하신 당신의 맑은 눈

자비스런 미소 그리며

당신의 이름

억겁토록 불러 봅니다.

 

망울망울 피어나는

하얀 연꽃 사연에

흐르는 봄비

새벽 맑은 이슬만 담은 감로수

꽃망울 영그는

기쁨 같은 목숨이게 하소서

 

개암열매 익어가는

산자락에 앉아

향 사루오면

당신이 오시는가!

스치는 풍경소리

 

이 마음 열리어

연꽃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한지혜 시인 / 그대 오시는가

 

 

그대 오시는가!

귀 기울이면….

 

문(門)없는 문(門)을 열고

강(江)을 건너고

언덕을 넘어

산(山) 굽이돌아

그대 슬픈 그림자로 서리는

저녁노을 한 자락의 아픔이여

 

많은 일월(日月) 가슴조이며

기다림으로 서 있는

헐벗은 나무들

꽃잎 떨군 자리

한 알의 열매로 영글어갈 사랑

 

 


 

한지혜(韓智慧) 시인

인천광역시 대청도에서 출생. 아호는 초우(艸友), 또는 운서(雲瑞), 1980년 월간 《신세계》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마음에 내리는 꽃비 』(한누리미디어, 1998)와 『차와 달의사랑노래』(소리들, 2005),  『두 번째 벙커 』(시산맥사, 2015)가 있음. 2014년 시흥시문화예술발전기금 수혜. 갯벌문학 작가상 수상. 불교문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시산맥시회 특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