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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정 시인 / 죽은 발톱
무엇에 걸려 뒤집히는 비명, 눈물이 쑥 빠진다 뽑히다 만 뿌리 살갗 끄트머리에 매달려 있다 온종일 발품을 팔다 지쳐 돌아온 날 피멍 삼킨 그 발톱이다
가만, 그 밑에 보드라운 무엇이 있다 고물고물 숨죽인 보얗고 여린 꽃잎 한 장 반달 같은 발톱에 새순이 돋았나 들뜬 보굿을 밀어올리고 있다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이야기 한겨울 개울가 곰 한 마리 발견한 사냥꾼, 활을 쏘았대 곰이 그대로 서 있더래 다시 활을 쐈는데 그대로 서 있더래 가까이 가보니 어미 곰은 커다란 바위를 껴안고 죽어 있었더래 그 밑에 새끼 두 마리 곰실곰실 먹이를 찾고 있었대
죽어서도 덜컹거리며 기다리고 있었구나 눈을 질끈 감고 죽은 발톱을 뽑아낸다 자줏빛 등이 품고 있던 어린것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세상을 지켜낸 힘은 저 묵묵한 마중에 있었다
우남정 시인 / 용설란
일생에 딱 한번 꽃을 피운다
한 저녁이 또 그 가시 잎에 맺혀 있다
사막에서 잎을 틔우는 일은 살아낸 밑동부터 한 잎 한 잎 버리는 것이다 버린 한 잎의 제 살을 발라먹고 버린 한 잎의 제 결로, 제 눈물을 핥아먹고
그 눈물만큼 깊어가는 갈증으로
지구 저편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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