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 시인 / 눈물 모르는 눈매와
날아 내리네! 윤슬 깔린 겨울 하천에 어제처럼 또 한 쌍 오리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3월 20일 만경강에서 포획하여 ‘위치 추적기(GPS)’를 부착한 청둥오리 2개체 중 1개체가 국내로 다시 돌아온 것을 확인하였다. 해당 개체는 이후 경기도 이천 및 강원도 철원, 북한지역을 지나 6월 8일에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시 인근 송화강에 도착하였고, 이곳에서 여름을 지낸 후 지난 11월 8일 겨울을 나기 위해 남하하기 시작하여 11월 22일 경기도 이천시 복하천에 도래한 것으로…….
날아오르고 또 날아 내리는 벅찬 날갯짓, 하염없는 물질 떠다니고 떠나가며 그렇게 수 천리 하늘과 땅을 오가야 하기에 외려 눈물 모르는 저 눈매, 밤이 들어서야 비로소 얼음 칼이 박힌 듯 시린 것을 갈밭에 옴츠리고서 저 혼자 품으로 품어 녹일 저 붉은 두 발 참말로 어이 저리 닮았나! 피난길 만삭인 몸으로 나섰던 노당댁(宅) 내 어매 동지섣달 수돗가에 앉아 김장을 하던 하숙집 아낙 학교에서 돌아오는 나를 맞으시던 글썽이던 그 눈매, 엄동이면 외려 화끈대던 그 두 손과
조기현 시인 / 너희가, 보고 있다
진도 팽목항 앞 바다는 수평을 이루지 못하고 오늘도 밤새 진저리를 쳤다.
저 바다 밑 어둡고, 깊고, 차가운,
숨이 막힌
그곳에, 아직도 잠들지 않고 떨리는 두 손 맞잡은 너희가
보고 있다.
간간이 별똥별들만이 너희를 깨우러 몸을 던지지만
세월은 멈추어 있고 시간만이 지금도 가고 있다.
조기현 시인 / 사과 속의 새
사과는 지금 접시에 놓여 있다
나무가 그립지도 않은지 저 혼자 풍선을 분다
소풍을 앞둔 날 잠 못 드는 아이인가
섬 처녀 베아트리체* 가슴 부푸는 칠월처럼
두 언덕이 날개를 펼쳐올린다
날려면 더 가벼워져야지
씨앗으로, 눈을 감고 어둠보다 더 깜깜해져야지
날개 꺾이고 춤사위 잘리어도 나무가 그랬듯 다시 손 벋어야지
칼날이 닿자 한층 달아오르네, 너의 뺨
지금 그 마음속엔 어떤 새가 날고 있나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마리오의 연인.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루 시인 / 무의미한 고통 외 1편 (0) | 2021.11.25 |
---|---|
정성원 시인 / 몇 분간의 몽상 외 5편 (1) | 2021.11.25 |
이정록 시인 / 정말 외 1편 (0) | 2021.11.25 |
이재섭 시인 / 석탄 외 1편 (0) | 2021.11.25 |
전비담 시인 / 꽃의 체온 외 4편 (0) | 2021.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