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자 시인 / 검은 코로나
어딘지 모르는 시간 속으로 가라앉는 보고 듣고 마르다가 하얘져 버리는
이 시대 어머니들
눈 떴지만, 응시하지만 보이지 않는 태양의 가장자리 마구 찢어져 기러기 한 마리 날지 않는 골목― 골목― 가난한 어머니들
하늘이여 하늘이여
목메어 부르면 하느님도 힘드실까 차마 기도조차 올리지 못하는
이 시대 어머니들
아깝고 아까운 아들과 딸들
정숙자 시인 / 몽돌
나는 이미 유골이다. 나는 이미 골백번도 더 유골이다. 골백번도 더 자살했고 골백번도 더 타살됐고 그때마다 조 금씩 더 새롭게 어리석게 새롭게 어리석게 눈떴다.
파도야, 보이느냐? 파도야,보이느냐?
나는 항상 유골이다. 살았어도 죽었어도 떠도는 유골이 다. 나는 골백번도 더 죽었고 골백번도 더 눈뜰 수밖에 없 었던 유골이다. 나는 늘 어리석어서 죽었고, 어리석은 줄 몰랐다가 죽었고, 어리석어서 살아났다. 더 죽을 이유도 없는데 죽었고 더 살 필요도 없는데 살았다.
유골에게 걸칠 거라곤 바람뿐 유골에겐 바람많이 배부를 뿐
그래도 나는 저 놈의 태양을 사랑하노라. 저놈의 태양 말고 무엇을 또 사랑할 수 있단 말이냐. 파도야, 그리고 너 를 사랑하노라. 파도야! 함께할밖에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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