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영 시인 / 업어준다는 것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킁킁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사람이 짐승을 업고 긴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한 없이 가벼워진 몸이 젖어 더욱 무거워진 몸을 업어주고 왔다 울음이 불룩한 무덤에 스며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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