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혜 시인 / 고향
언덕에 살구꽃에 고요가 스며들고 밭두렁 위 어미 소는 아기 소를 달래고 바람에 새소리 흩어지고 하루 종일 기쁨을 누려도 탓하는 이 없는 곳 풀 줄기에다 들꽃을 꿰어 쥐고 개울을 팔짝 건너면 큰 느티나무 그 느티나무 하래 봄꿈에 젖어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 영원히 거기 있어 주어요 어머니
김초혜 시인 / 자화상
오늘은 오늘에 빠져버렸고 내일은 내일에 허덕일 것이다 결박을 풀고 집을 떠나려 하나 벗을 것을 벗지 못하는 거렁뱅이라
김초혜 시인 / 그리운 집
사람으로 올 때 지고 온 보따리에는 평범한 나날이 들어 있었다 우리가 도달하여 지나가게 될 이정표도 있었다 밤과 낮이 있었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절도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모으기 시작하자 그 자체가 하나의 집인 것을 알게 되었다 방황하는 영혼을 쉬게 하는 집 속에는 태어남과 삶, 죽음과 매장 분노와 고통과 무지와 권태가 이웃하며 살도 있었다 사람이 이룬 최상의 것은 그래도 그곳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김초혜 시인 / 안부
강을 사이에 두고 꽃잎을 띄우네
잘 있으면 된다고 잘 있다고
이때가 꽃이 필 때라고 오늘도 봄은 가고 있다고
무엇이리 말하지 않은 그 말
- 『사람이 그리워서』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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