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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선애 시인 / 불편에게路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3.

권선애 시인 / 불편에게路

 

 

편안대로大路 벗어나 불편에게로 갑니다

자동화된 도시에서 손발이 퇴화될 때

발밑은 물관을 따라 실뿌리를 뻗습니다

 

지칠 대로 지쳐가 풀 죽은 빌딩 숲은

낯선 대로 익숙한 대로 껍질만 남긴 채

별들의 보폭을 따라 좁은 길을 걷습니다

 

좋을 대로 움트는 불편을 모십니다

어두우면 꿈꾸는 대로 밝으면 웃는 대로

낮과 밤 시간을 일궈 내 모습을 찾습니다

 

 


 

 

권선애 시인 / 가시 달린 나무는 독이 없다는데

 

 

오래전에 잘라 놓은 엄나무 가지에 손가락을 찔렸다

썩은 가지에도 안간힘은 남았는지 생살을 찌른다

툭 분지르다 찔린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

손가락 깊이 가시는 아픔을 새겨 놓는다

가시 달린 나무는 대게 독이 없다는데

옆에만 있어도 당신의 눈빛에

온몸이 따끔거린 적 있다

당신의 정면에는 거짓말을 찍어낼 가시가 달려

공책과 맞바꾼 라면땅이 불시에 튀어나오곤 했다

그런 날이면 캄캄한 밤에

울타리 밖에서 당신의 가시가 뭉툭해지기를 기다렸다

껍질은 부서져내리는 수모를 가졌지만

가시는 끝까지 부서지지 않는다

쉽게 접근하지 못해 거짓말을 앞세운 바람처럼

당신 앞에 진실을 세워두고 표정을 감추곤 했다

뽀족한 것 다 털어낸 당신의 손이

자는 척 누워 있는 이마에 깃털처럼 얹혀졌다

독 없는 상처는 아픔이 짧다

홀로 남은 독이 내 몸에서 시들다 잠이 든다

 

 


 

권선애 시인

1964년 충북 음성에서 출생. 계간 《포엠포엠》 2013년 겨울호에 〈붉은 꽃〉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