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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다연 시인(익산) / 단풍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4.

김다연 시인(익산) / 단풍

 

 

저물게 물들던 떡갈나무도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던 새떼들도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매미들도

단풍잎 몇 장으로 자물쇠를 채워 놓고

홑장삼을 벗어 놓았다.

 

-시집 『바늘 귀를 통과한 여자」

 

 


 

 

김다연 시인(익산) / 레이메이드 인생 ; 치매

 

 

애초

아버진

불알 두 쪽이 밑천이었지요

 

체면과 똥고집에 기울어버린 가세 지키느라, 그마저

늘어지고 쪼글쪼글해졌지요

 

이밥처럼 장독에 쌓인 눈 멍하니 바라보다

 

얘야 밥 먹자

 

가부좌를 트는 늙은 홀애비의 핫바지 새로

얼핏,

시렁에 얽힌 곶감 같은 저 속에

떨떠름한

열 개의 씨가 박혀 있었다니!

한쪽은 맨정신

또 한쪽은 망상

 

아버진 애초

느자구 없는 짝불알이었지요

 

시집 『우연히 잡힌 주파수처럼, 필라멘트처럼』

 

 


 

김다연 시인(익산)

1961년 전북 익산 출생. 2002년 시집 <사랑은 좀처럼 편치 않은 희귀 새다> 출간. 2005년 <시선> 특별발굴 당선. 2017년 《문학3》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바늘귀를 통과한 여자』 『우연히 잡힌 주파수처럼, 필라멘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