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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도종환 시인 / 첫 매화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2.

도종환 시인 / 첫 매화

 

 

섬진강 첫 매화 피었습니다. 곡성에서 하류로 내려가다가 매화꽃 보고는 문득 생각나서 사진에 담아 보냅니다. 이 매화 상처 많은 나무였습니다.

 

상처 없이 어찌 봄이 오고, 상처 없이 어찌 깊은 사랑 움트겠는지요.

 

태풍에 크게 꺾인 벚나무 중에는 가을에도 우르르 꽃 피우는 나무 있더니 섬진강 매화나무도 상심한 나무들이 한 열흘씩 먼저 꽃 피웁니다. 전쟁 뒤 폐허의 허망에 덮인 집집마다 힘닿는 데까지 아이를 낳던 때처럼 그렇게 매화는 피어나고 있습니다.

 

첫 꽃인 저 매화 아프게 아름답고, 상처가 되었던 세상의 모든 첫사랑이 애틋하게 그리운 아침 꽃 한 송이 처절하게 피는 걸 바라봅니다. 문득 꽃 보러 오시길 바랍니다.

 

지리산 문수골에서 원규가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창비 2011)

 

 


 

 

도종환 시인 / 우기

 

 

새 한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는 많은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 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밤낮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배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

 

 


 

도종환(都鍾煥) 시인

1954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 충북대 국어교육학과 및 대학원 졸업. 1984분단시대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저서로는 시집으로 두미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람의 마릉에 꽃이 진다』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등이 있고, 산문집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등과 동화 바다유리등이 있음. 1997년 제7회 민족예술상 수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