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 / 첫 매화 섬진강 첫 매화 피었습니다. 곡성에서 하류로 내려가다가 매화꽃 보고는 문득 생각나서 사진에 담아 보냅니다. 이 매화 상처 많은 나무였습니다. 상처 없이 어찌 봄이 오고, 상처 없이 어찌 깊은 사랑 움트겠는지요. 태풍에 크게 꺾인 벚나무 중에는 가을에도 우르르 꽃 피우는 나무 있더니 섬진강 매화나무도 상심한 나무들이 한 열흘씩 먼저 꽃 피웁니다. 전쟁 뒤 폐허의 허망에 덮인 집집마다 힘닿는 데까지 아이를 낳던 때처럼 그렇게 매화는 피어나고 있습니다. 첫 꽃인 저 매화 아프게 아름답고, 상처가 되었던 세상의 모든 첫사랑이 애틋하게 그리운 아침 꽃 한 송이 처절하게 피는 걸 바라봅니다. 문득 꽃 보러 오시길 바랍니다. 지리산 문수골에서 원규가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창비 2011) 도종환 시인 / 우기 새 한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는 많은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 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밤낮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배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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