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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길옥 시인 / 시인은 안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2.

이길옥 시인 / 시인은 안다

 

 

시 한 편을 위해

몇 날 몇 밤을 허비하고도

끙끙 앓으며 피 말리는 이유

 

시를 써본 사람은 안다.

 

다 썼다 하고 보면 부족하고

고쳐 쓰고 나면 모자라는

이 환장할 작업

 

잘 못 박힌 낱말 빼내고

적당한 단어 갈아 끼고 보면

앞뒤 아귀가 뒤틀리는

이 속 터지는 노역

 

필요 없는 줄 뜯어내고

기막힌 표현 끼워 넣고 보면

주제가 뭉개지고 마는

이 끓는 울화

 

완성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한 줄 때문에

애간장이 타는 울분

시를 써본 사람은 안다

 

 


 

 

이길옥 시인 / 돋보기 밖

 

 

요즘 들어

부쩍 눈이 침침하다

 

성애가 시린 듯

안개가 낀 듯

흐릿하고

희미하다

 

윤곽이 잡히지 않고

형체가 흔들린다

 

자꾸 눈을 비비고

물체에 가까이 다가가도

흐물흐물 무너져 내리며

겹쳐 아른거린다

 

이런 내 시력을 눈치챈 돋보기가

호기심으로 나를 유혹한다

 

잠깐 빌려본

저 너머 세상

또렷하다

 

성애가 씻겨 내리고

안개도 걷히고

대명천지가 밀려온다

 

 


 

이길옥 시인(필명: 돌샘)

1949년 전남 진도 출생. 광주교육대학(국어전공). 1973념 통일생활 신춘문예 시부 당선. 2006년 자유문예 시 부문 신인상. 교직 40년 퇴직(홍조근정훈장). 2007년 한국문학정신 광주 비엔날레 시화전 대상. 2008년 만다라 문학 시 부문 신인상. 2008, 대한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상 . 2009년 서정문학 시 부문 신인상.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시부문 신인상. 광주광역시 문인협회 회원. 광주 시인협회 회원.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집 <하늘에서 온 편지> <물도 운다> <出漁> 외 공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