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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마광수 시인 / 그리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3.

마광수 시인 / 그리움

 

 

붉은 저녁 노을 보면

그대의 입술인 양하고

 

저 혼자 깊어 가는 강물 소리 들으면

그대의 목소린 양하고

 

검푸른 산등성이 보며

나 홀로 저녁 어스름을 헤매네.

 

오늘은 꿈에서나 만날까

더 못 견딜 이 그리움.

 

이윽고 완전한 어둠은 내리고

그대의 눈동자처럼,

머리결처럼 검은 어둠은 내리고

 

나는 캄캄한 적막 속을 거닐며

그대의 젖무덤을 더듬네.

 

-시집 <사랑의 슬픔>에서

 

 


 

 

마광수 시인 / 별것도 아닌 인생이

 

 

별것도 아닌 인생이

이렇게 힘들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사랑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결혼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줄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이혼이

이렇게 복잡할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시가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똥이

이렇게 안 나올 수가 없네

 

 


 

마광수(馬光洙) 시인(1951. 3.10~ 2017. 9.5)

1951년 경기도 발안에서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3년 윤동주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 1977현대문학에 박두진 시인에 의해 추천되어 시문단에 데뷔. 1989년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출간함으로써 세간에 화제를 모음. 문학사상에 장편 '권태'를 연재하면서 소설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91년 장편 즐거운 사라로 인해 구속되고, 교수이던 연세대학교에서도 직위해제를 당하지만 복직됨. 2017년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