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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함민복 시인 / 흔들린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4.

함민복 시인 / 흔들린다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함민복 시인 / 시인 2

 

 

암자에서 종이 운다

 

종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는 것은

종이 속으로 울기 때문이라네

외부의 충격에 겉으로 맞서는 소리라면

그것은 종소리가 아닌 쇳소리일 뿐

 

종은 문득 가슴으로 깨어나

내부로 향하는 소리로 가슴 소리를 내고

그 소리로 다시 가슴을 쳐 울음을 낸다네

 

그렇게 종이 울면

큰 산도

따라 울어

큰 산도

종이 되어주어

 

종소리는 멀리 퍼져 나아간다네

 


 

함민복 시인

1962년 충북 중원군 출생.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 경북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4년간 근무.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 2학년 때인 1988<세계의 문학><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등단. 1990년 첫 시집 <우울一日>을 펴냄. 1993<자본주의의 약속> 발표. 2011 제비꽃 서민시인상 수상 외 오늘의 예술가상 수상. 24회 김수영 문학상. 7회 박용래문학상. 2회 애지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