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시인 / 모란을 보며
모란꽃이 피었다 세르게이 에세닌, 그대 집 뜨락에 와서 울다 간 새들은 으스러진 핏빛 꽃잎 몇 개씩을 물어다 놓고 간 모양인데 세르게이 에세년, 가서는 오지 않는 것들의 아픈 상처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서 꽃을 피워 올리고, 나이 어린 당신이 모란꽃 흐드러진 봄날 모두를 맨몸으로 떠받치고 있다 힘겨운 서른 살 당신이 오늘, 기진한 채 모란 큰 꽃잎처럼 저물고 있다 스카프에 목이 졸린 마흔 일곱 살 당신의 아내 이사도라 덩컨처럼 기진해서 툭, 툭 떨어져 내리고 있다
이건청 시인 / 네가 올 때까지
밤 깊고 안개 짙은 날엔 내가 등대가 되마.
넘어져 피 나면 안 되지 안개 속에 키 세우고 암초 위에 서마.
네가 올 때까지 밤새 무적을 울리는 등대가 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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