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허연 시인 / 시는 검고 애인은 웃는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5.

허연 시인 / 시는 검고 애인은 웃는다

 

 

용서는 해뜨기 전에 하는 거라지만

이불에서 나오 듯

아파트를 나왔다

 

견인선이 필요하다

강의 싸늘함을 보다가

가슴을 치며 2월에 대해 쓰거나

 

무개화차가 필요하다

무인역사에서

이상한 용기를 내서

헤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불현듯

애인은 애인이 아닌 것 같다

사랑도 사랑이 아닌 것 같다

뼈 속으로 길을 내는 일인 것 같다

 

청하는 것보다 서로 많이 주었지만

우리는 적다

얼굴이 안 보이고

심장이 안 느껴지고

단지 시를 낳을 것이다

 

지난 겨울은

멀리서 온 나쁜소문처럼

아무 확신이 없었고

가엾게도

셀수없이 희안한 것들을 만들고

그것들은 언제나 초안이었다

 

애인은

혼자가 되어서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혼자가 될때 성숙해지는 거라고 말했다

 

나는

회청색 새들이

수세기동안 그래왔듯이 그날의 근심을 퍼뜨릴 것이다

 

시는 검고

애인은 웃고

우리는 달성될 것이다

 

어떤 날씨와 어떤 날씨의

교체에 관한 이야기다

 

계간 문학동네2022년 봄호 발표

 

 


 

 

허연 시인 / 슬픔의 개인사

 

 

눈오는 밤. 소년이 산을 넘어간다.

흔한 일이다.

 

그날 밤 나도 한수이북의 어느 산을 넘었다.

걸음을 옮겨야 했던 게

나의 일이었는지 세상의 일이었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내가 얻는 슬픔은 죽은 자의 이름으로 행해진 것들이었고

그래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남았다

 

침묵하면 좋은 일이겠지만.

기억 사이사이로 따뜻한 강이 흘러

그것이 눈물인 척 하고 있었다.

 

그렇게 끝없이 세월이 무엇을 가져갔어도

새카만 강물의 심연은 아직도 보지 못했다

 

어른이 되어 더 슬퍼졌지만

어디까지고

슬픔은 여전히 더 갈 데가 있는 것 같다

 

별을 올려다보면 이상하게

슬픔에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산을 넘는 슬픔이

누군가를 태어나게 할 때 쓰였으면 좋겠다

 

슬픔의 비유가 고개를 들 때마다

태어나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지고

나는 여전히 살아서 산을 넘는 몸을 가지고 있다

 

슬프겠구나라고 말하면 슬퍼지는 것들이 있었다

 

계간 청색종이2021년 창간호 발표

 

 


 

허연 시인

1991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으로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 미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가 있음. 현대문학상, 시작작품상, 한국출판학술상 등을 수상.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