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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애숙 시인 / 사는 방식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5.

권애숙 시인 / 사는 방식

 

 

누군가의 사는 방식은 고원에서도 바닥이 되는 일이다걸음마다 이마를 짓찧어 피멍이 되는 일이다

 

사는 일이 시속 1km

 

기울어진 길의 언덕에서

고요히 피어나는 오체투지

 

바닥은 더디게 끓는 것들 차지다

 

이전과 이후를 지운 채 묵묵묵묵

어떤 순례는 허공 밖의 허공을 만든다

 

당신이 사는 곳으로

내 나머지를 끌고 순한 관들이 생겨나는 날

 

가슴도 무릎도 스스로 꺾는 양 떼처럼

골짜기마다 성긴 눈발이 쌓인다.

 

 


 

 

권애숙 시인 / 경계를 넘은 것들

 

 

이제 홀가분해졌으면 좋겠어

새가 밟고 간 강물의 정면처럼

바람이 건너간 나무의 뒤편처럼

금방 바래질 웃음으로는 그림이 되질 않잖아

 

누군가 던져 넣은 돌멩이가 바닥을 쳤겠다

경계를 넘은 것들의 힘을 믿어

 

떠오른 물의 바닥이

나무의 길로 번져갈 때

풍경을 익히는 골짜기를 봐

홀로 소용돌이친 새들은 앉기만 해도 절창이다

 

보름을 지나 그믐으로 가는 하현,

구부러지며 만든 품은

골방마저 뜨겁다

능청스럽게 계절의 저편으로 그만

옮겨 앉아도 좋겠어

이미 정결한 숨과

진한 울음 잎잎이

완성의 빛깔로 너에게 닿아 있으므로

 

시집 당신 너머, 모르는 이름들

 

 


 

권애숙 시인

경북 선산에서 출생.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4부산일보신춘문예 시조 당선. 1995현대시시 등단. 시집으로 차가운 등뼈 하나로』 『카툰세상』 『맞장 뜨는 오후』 『흔적극장등이 있음. 부산시인협회, 부산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