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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상학 시인 / 선어대 갈대밭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7.

안상학 시인 / 선어대 갈대밭

 

 

갈대가 한사코 동으로 누워 있다

겨우내 서풍이 불었다는 증거다

 

아니다 저건

동으로 가는 바람더러

같이 가자고 같이 가자고

갈대가 머리 풀고 매달린 상처다

 

아니다 저건

바람이 한사코 같이 가자고 손목을 끌어도

갈대가 제 뿌리 놓지 못한 채

뿌리치고 뿌리친 몸부림이다

 

모질게도

입춘 바람 다시 불어

누운 갈대를 더 누이고 있다

아니다 저건

갈대의 등을 다독이며 떠나가는 바람이다

 

아니다 저건

어여 가라고 어여 가라고

갈대가 바람의 등을 떠미는 거다

 

-사람의 문학2004년 여름호

 

 


 

 

안상학 시인 /

 

 

가슴속에 넣어두고 키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오직 하나 별이었으면 좋겠네. 내 가슴속에 자라는 사랑과

그리움과 그 모든 기다림 다 버리고 해와 달과 바람과 구름,

땅과 나무와 바위와 강 다 내버리고 그저 가슴속에

자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오로지 별 하나였으면 좋겠네. 그것도

한 천 년 거리에서 살다가 지금은 다 부서지고 흩어져서

오직 빛으로만 남은 별이었으면 더 좋겠네. 한 천 년

내 가슴속에 눈물처럼 머금고 살다 어느 한순간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그런 별, 별 하나만 가슴속에

있었으면 좋겠네.

 

- 시집 오래된 엽서 (천년의시작, 2003)

 

 


 

안상학 시인

1962년 경북 안동시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198711新川' 당선. 시집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오래된 엽서』 『아배 생각』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2015.10. 15회 고산문학대상 시 부문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