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시인 / 밤의 자라 긁어댄다, 대야를 내 청신경을 긁어댄다 시마詩魔에 끄달리며 무슨 글을 쓰는 것이냐고 내 글쓰기를 긁어댄다 밤늦도록 잠자지 않고 대야를 긁어댄다 벅벅 긁어댄다, 긁어댄다,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다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간다 대야의 자라는 목을 딱딱한 등딱지에 집어넣고 나를 관찰한다 자물통처럼 생긴 자라야 네가 껍질을 벗어놓고 글을 써볼래? 나는 네 대신 늪으로 들어가 흐린 물 속을 알몸으로 헤엄칠테니 최승호 시인 / 말죽거리 주유소에 고독이 찾아온다 말죽거리 주유소는 말죽거리에 있다 말죽도 말죽통도 말대가리도 없는 말죽거리 한밤중 말죽거리 주유소에 고독이 찾아온다 길 잃은 말처럼 눈먼 고독이 찾아오는 것이다 말죽거리 주유소엔 대평원의 하늘이 없다 굵은 별들이 서늘하게 내려오는 지평선이 없다 창밖을 망국의 눈으로 내다보는 고려인의 후예 알바노인이 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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