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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초혜 시인 / 사랑굿 10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29.

김초혜 시인 / 사랑굿 10

 

 

내 한숨 바람 되어

그대 목에 감기어 들면

그게 난 줄 알아

모른 체

비켜 주오

살을 베어 살을

벌지 못하듯

물이 피가 될 리 없겠지마는

잊은 마음 전혀 없어

바람이려오

 

몇천 년을 살려고

그대 나의

기쁨이어서는

아니 되오

 

허리 묶인

홍사(紅絲) 풀어내고

나도 그대의

꽃이 되고 싶으오

 

돌을 심어 싹이 나도

아니 오시겠오

바람 불면

멀어 있는/ 달로 오시게.

 

 


 

 

김초혜 시인 / 사랑굿 36

 

 

구름에 가려도

제 빛인 하늘

먼지에 흐려도

맑은 그대

서로 비워

환한 우리

시들지 않게 두자

그르다 해서

치우지 말고

옳다 해서

애쓰지 않으며

안에 있는 울음과

밖에 있는 웃음이

다르다 해서

조바심도 말며

이쪽에 있어야

저쪽이 보이듯

멀어 있으며

종내 못 잊는

우리가 되자

 

 


 

 

김초혜 시인 / 어머니 2

 

 

우리를 살찌우던

당신의 가난한

피와 살은

삭고 부서져

허물어지고

 

한 생에

가시에 묶여 살아도

넘어지는 곳마다 따라와

자식만을 위해

서러운 어머니

 

세상과

어울리기 힘든 날에도

당신의 마음으로

이 마음 씻어

고스란히

이루어냅니다

 

 


 

김초혜(金初蕙) 시인

1943년 충북 청주 출생.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2008 제20회 정지용문학상. 1985 제18회 한국시인협회상. 1984 제21회 한국문학상 수상. 한국현대시박물관 관장. 한국여류문학회 이사. 가정법원 조정위원. 한국문학 편집장 역임. 시집으로 《떠돌이 별》 《사랑굿 1》 《사랑굿 2》 《사랑굿 3》 《세상살이》 등이 있으며, 소설가 조정래 작가와 부부 사이다. 월간 한국문학 편집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