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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동순 시인 / 탄식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29.

이동순 시인 / 탄식

-베트남 참전병사의 노래 9

 

 

청춘의 세월

내 누굴 위해 버렸었나

무얼 위해 싸웠단 말인가

자기 자신도 아니요

가족도 아니었다

오직 국가의 명령을 받아서

내 인생 송두리째

나라 위해 바친 것 아니었던가

불구의 몸 이끌고 절뚝거리며 살아온

지난 수십 년 세월

죽으면 국립묘지 안장

살아있으면 겨우 쥐꼬리만한 연금

그걸 보상이라고 한다

내 이를 바라고

전쟁터에 뛰어든 것인가

그 팔팔했던 젊음 뭉그러지고

몹시 상한 몸으로

주유소 야간 경비원 하면서

나는 밤바다보다 더 매서운 절망감에

부르르 몸을 떤다

대체 누가 나를 비웃는가

 

 


 

 

이동순 시인 / 메콩강에서

 

 

얼마나 많은 피눈물이

이 강으로 흘러갔나

얼마나 많은 포화가 이 강으로

퍼부어졌던가

그 많고도 많은 곡절과 사연 가슴에 묻은 채

오늘도 메콩강은 말없이 흘러간다

부신 햇살에 이마 찡그리며

입에 담배 문 채 노젓는 저 늙은 사공은

메콩강의 한 많은 가슴속

환히 알고 있으리

야자나무 우뚝 서 있는 비좁은 둔덕을 따라

배는 시름없이 앞만 보고 나아간다

남국의 흐느적거리는

젓대소리 들리는 저곳은 어디인가

처연한 음률은

누런 강물 위에 저혼자 뒹굴며 흐르다가

물속으로 아득히 잠겨든다

 

 


 

이동순 시인

1950년 경북 김천 출생. 경북대학교 국문학과 및 대학원(박사) 졸업.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1989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등 14권 발간. 2001년 제1회  '김삿갓문학상', 제15회 '금복문화예술상'.  제8회 '시와시학상', 제44회 '경북문화상', 제22회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 충북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2012년 현재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및 계명문화대 특임교수로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