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시인 / 탄식 -베트남 참전병사의 노래 9
청춘의 세월 내 누굴 위해 버렸었나 무얼 위해 싸웠단 말인가 자기 자신도 아니요 가족도 아니었다 오직 국가의 명령을 받아서 내 인생 송두리째 나라 위해 바친 것 아니었던가 불구의 몸 이끌고 절뚝거리며 살아온 지난 수십 년 세월 죽으면 국립묘지 안장 살아있으면 겨우 쥐꼬리만한 연금 그걸 보상이라고 한다 내 이를 바라고 전쟁터에 뛰어든 것인가 그 팔팔했던 젊음 뭉그러지고 몹시 상한 몸으로 주유소 야간 경비원 하면서 나는 밤바다보다 더 매서운 절망감에 부르르 몸을 떤다 대체 누가 나를 비웃는가
이동순 시인 / 메콩강에서
얼마나 많은 피눈물이 이 강으로 흘러갔나 얼마나 많은 포화가 이 강으로 퍼부어졌던가 그 많고도 많은 곡절과 사연 가슴에 묻은 채 오늘도 메콩강은 말없이 흘러간다 부신 햇살에 이마 찡그리며 입에 담배 문 채 노젓는 저 늙은 사공은 메콩강의 한 많은 가슴속 환히 알고 있으리 야자나무 우뚝 서 있는 비좁은 둔덕을 따라 배는 시름없이 앞만 보고 나아간다 남국의 흐느적거리는 젓대소리 들리는 저곳은 어디인가 처연한 음률은 누런 강물 위에 저혼자 뒹굴며 흐르다가 물속으로 아득히 잠겨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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