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안 시인 / 너트의 블랙홀
삶은 올갱이에 바늘을 찔러 넣으면 하와를 꺼낼 수 있다
외약의 방향으로 틀린 볼트란 껍질에 함부로 집어넣은 제 살들 한 시절 물살의 힘에 유폐되느라
돌올한 집착의 혀로 남아 목마르게 꼬인 그리움 다닥다닥 크나큰 바위를 탐했던가
최초로 자신의 궤도를 찾아 돌다 유형의 몸을 얻은 날 돌로 굳은 몸이 아담의 바늘에 찔렸다
그날 이후 너트라는 껍질을 뒤집어쓴 적막한 블랙홀이 생겼다
강희안 시인 / 오징어 게임
오징어는 바깥 ㅅ에서 시작해 ㅇ이란 문으로 ㅁ을 거쳐 다시 안쪽 ㅅ으로 돌아오는 게임이다 각자의 ㅇ을 벗어날 때는 깨금발을 뛰는 전략을 취한다 공격과 수비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구경꾼을 ‘깍두기’라 하여 ㅁ 속에 남겨둔다 위험한 싸움과도 같은 놀이여서 부상자를 대비한 포석이다 갱년기 증상에 빠져 삶이 참 재미없었던 시인 k도 시살이를 접었다
ㅅ에서 시작하여 ㅁ을 거쳐 ㅇ에 들었다 시에서 사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공격진은 저마다 깨금발로 ㅅ에서 나온 발기 조직이다 오징어 허리의 다리를 깨금발로 가로지르면 두 발을 놀린다 이들은 당당히 어둠에 맞설 ‘암행어사’다 문민정부 시절에도 ㅁ에서 빠져나와 ㅇ 속에 자리잡던 ㅅ은 y가 되었다 박명의 어둠을 헤집던 ㄹ혜도 ㅁ 속에 들어앉았다
종내는 ㅅ으로 다리를 쭉 뻗으며 만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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