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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재형 시인 / 파양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2. 9.

조재형 시인 / 파양

 

 

그가 우리 가문에 입적된 시기는

아내의 사십주년 생일 무렵 일게다.

그의 입양으로 집안은 바람 잘 날 없다.

피 한 방울 섞지 않은 그에게 애정 행각이 넘친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울음보

아내는 달려가 어르고 달래고 소곤소곤 거린다.

외출할 때도 그녀를 늘 따라 붙는 찰거머리,

조촐한 살림에 양육비가 만만치 않다.

자동이체 출금 내력으로 부부싸음이 잦아졌다.

아내의 편애로 가족 간 대화는 끊긴지 오래

남은 가솔들의 상처가 깊어 간다.

아무래도 결단을 내릴 때가 이르렀다.

꺼져 가는 화목 보일러를 재가동하기 위해

관할 대리점에 해지 신청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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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너 이놈!

 

 


 

 

조재형 시인 / 하루의 사용법

 

 

슬픔은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

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

지갑을 쫓지도 쫓기지도 말고

안전거리를 확보할 것

침묵의 틈에 매운 대화를 첨가할 것

어제와 비교되며 부서진 나

이웃 동료와 더 견주는 건 금물

인맥은 사람에 국한시키지 말 것

숲 속의 풀꽃 전깃줄의 날개들

지구 밖 유성까지 인연을 넓혀 갈것

해찰을 하는데 1할은 할애할 것

고난은 추억의 사원

시간을 가공 중이라고 자위할 것

들아오는 길에

낯익은 별들에게 윙크하기 잊지 말 것

 

 


 

조재형 시인

전북 부안 출생. 2011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지문을 수배하다』(지혜, 2012)와 『누군가 나를 두리번거린다』(포지션, 2017)가 있음. 포지션문학회 회원.